중독의 전이: 한 중독이 다른 중독으로 바뀌는 현상과 그 영향

중독이란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뜻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독의 형태는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남용 같은 것이지만, 중독은 특정한 물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실 중독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추구하는 어떤 행동이나 물질이든 될 수 있으며,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해 한 중독이 다른 중독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중독 전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샘 토마스(Sam Thomas)**의 이야기가 이런 중독 전이 현상을 잘 설명해 줍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토마스는 15살 때 '폭식증(폭식 후 구토를 통해 음식을 제거하는 섭식 장애)'이란 용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겪은 동성애 혐오적 괴롭힘으로 인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었고, 그로 인해 폭식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폭식증에서 벗어나며 알코올 중독으로 전이하게 된 것이죠.

중독이 다른 중독으로 전이되는 과정

토마스는 폭식증을 극복한 뒤 20대 초반까지는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3살이 되면서 알코올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 알코올 중독이 서서히 그를 잠식해 갔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점차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음주량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급격히 늘었고, 결국 네 번의 해독 과정을 거치며 알코올 중독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토마스는 단순히 하나의 중독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트라우마가 더 큰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으며, PTSD가 그의 여러 중독의 근본 원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마스의 말처럼 "잡초를 뽑을 때 잎만 뽑으면 다시 자라나듯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중독은 언제든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토마스는 2019년부터 금주를 유지하고 있으며, 운동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회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운동 역시 또 다른 중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신중하게 계획된 운동 루틴을 따르고 있습니다.

중독 전이란 무엇인가?

중독 전이는 한 가지 중독에서 벗어나려다 다른 중독에 빠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알코올 중독자가 도박 중독에 빠지거나, 약물 중독자가 운동 중독으로 전이되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중독 전이의 공통점은 도파민 보상 시스템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기쁨을 느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약물이나 알코올은 뇌의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뇌는 스스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능력을 저하시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까지 감소하게 됩니다. 결국 중독자는 도파민을 더 많이, 더 자주 필요로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중독된 행동이나 물질을 더욱 갈망하게 됩니다.

셔인 크라우스(Shane Kraus) 교수는 중독 전이에 대해 "한 중독을 다른 중독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약물 중독을 치료하려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다 게임 중독으로 전이되는 식입니다.

중독 전이의 징후

중독 전이를 인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운동이나 건강한 생활 습관처럼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행동이 중독으로 변질될 때 이를 알아차리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피오나 다우먼(Fiona Dowman) 심리학자는 특정 행동이 중독으로 변질되는 징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해당 행동을 위해 다른 중요한 활동을 포기하기 시작할 때
2. 행동을 중단하고 싶지만 멈출 수 없을 때
3. 행동의 빈도나 강도가 사회적 관계, 일상 생활, 건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특히 중독된 행동이 자신의 일상적인 역할 수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 중독이 사회 활동이나 직장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충분한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독 치료의 방향

중독의 치료는 중독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의 경우 전문적인 치료와 해독 과정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일부는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중독자들을 위한 지원 그룹이나 개인 심리 치료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특정 행동 중독의 경우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식증이나 쇼핑 중독은 완전히 끊을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건강한 방식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네사 케네디(Vanessa Kennedy) 심리학자는 "일정한 시간과 강도를 정하고 그 안에서만 행동하도록 스스로 규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운동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만 운동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다른 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과 충동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마음챙김(Mindfulness) 기법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토마스의 말처럼 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인 **정신적 외상(트라우마)**를 해결하지 않으면, 중독은 언제든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독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중독 행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하고 의미 있는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결론

중독 전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한 중독을 극복하려다가도 또 다른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중독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독 치료는 중독 그 자체를 넘어서, 그 배경에 있는 심리적 문제와 트라우마를 다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자신을 탓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지원 그룹, 전문가 상담,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건강한 삶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