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트리거, 그 차이점에 대한 이해

오늘날 정신 건강에 관한 용어들이 대중적인 대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그 의미가 희석되거나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트리거’(triggered)라는 말은 최근 들어 다양한 상황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데, 실제로 그 뜻을 잘못 이해하거나 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트리거와 단순히 강한 감정을 느끼는 것 사이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이러한 용어의 정확한 사용을 통해 더 나은 관계와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트리거란 무엇인가?

‘트리거’라는 용어는 원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증상을 이해하는 데 사용된 개념입니다. 이는 현재 발생하는 무해한 사건이 과거의 트라우마 기억을 자극해 극단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뜻합니다. PTSD 환자들에게 자주 관찰되는 예로는, 군인이 자동차의 배기음 같은 특정 소리를 듣고 과거의 전투 상황을 떠올리며 극도의 공포감과 전투 태세를 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뉴욕의 임상 심리치료 전문가 노엘 헌터(Noël Hunter)에 따르면, 트리거란 과거의 외상적 기억을 현재의 상황에서 불러와 ‘싸움-도망-동결’(fight-flight-freeze)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때 사람은 현재에 온전히 머물지 못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돌아가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반응은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우며, 일상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강한 감정과 트리거의 차이

많은 사람들이 트리거와 강한 감정의 차이를 혼동하곤 합니다. 트리거는 과거와 관련된 반응인 반면, 강한 감정은 주로 현재 상황에 대한 반응입니다. 강한 감정은 불쾌하거나 불편할 수 있지만, 이는 트라우마와 같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일 때가 많습니다.

트리거가 과거의 기억을 자극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강한 감정은 현재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외모나 체중에 대해 비난하는 말을 한다면, 그 말에 불쾌함을 느끼는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강한 감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난이 과거의 외상적 기억을 자극한다면, 그것은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트리거는 이분법적인 반면, 감정은 스펙트럼 상에 있습니다. 트리거는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로 나뉩니다. 즉, 누군가가 트리거를 느끼면, 그 반응은 항상 극단적이며 단순한 감정 이상의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감정은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날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상황이 다른 날에는 더 강렬한 감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트리거를 무시하는 언어 사용의 문제

일상적인 대화에서 ‘트리거’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트리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비정상적인 반응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너는 정말 트리거 됐구나” 같은 말은 그들의 경험을 폄하할 뿐 아니라 감정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단순히 강한 감정을 느낄 때 이를 트리거로 묘사하는 것은 실제 트라우마와 관련된 트리거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경시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인 불편함은 트라우마에서 기인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리거에 대처하는 방법

트리거에 대처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각 개인에게 맞는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효과적인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그라운딩(Grounding): 이는 현재 순간에 다시 집중하여 트리거에 대한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입니다. 가장 간단한 그라운딩 방법 중 하나는 다섯 가지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찾아보고, 만질 수 있는 네 가지, 들을 수 있는 세 가지, 맛볼 수 있는 두 가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보세요.
2. 근육 이완(Muscle Relaxation): 근육 이완은 트리거로 인해 발생한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먹을 세 번 쥐었다가 풀고, 이를 반복하며 전신의 근육을 하나씩 긴장시키고 이완하는 방식입니다.
3.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트리거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트리거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저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

트리거와 강한 감정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트리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정신 건강 용어를 존중하며 사용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입니다.